2012년 4월 30일 월요일

되돌릴 수 없는 교육혁명의 첫 걸음을 떼자!

이 현(진보교육연구소)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너무도 많다. 성적비관과 왕따 등으로 인한 자살이 청소년 사망률 1위인 나라, 사교육비 세계 1위는 물론 가장 비싼 대학등록금과 교육비를 지불하는 나라, 하지만 학급당 학생수와 교사(교수) 1인 당 학생수는 세계 1위를 다투는 나라, 국제시험에서 성적은 높지만 공부를 가장 혐오하는 나라, 사립학교 비율이 세계 1위인 나라, 대학이 가장 극단적으로 서열화되어 입시경쟁이 가장 극심한 나라 등등

해방 이후 한국 교육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세계 유례가 없는 초고속의 양적 팽창이었다. 아주 빠른 양적 팽창은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기회를 개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교육의 질의 악화, 공공성의 파괴, 과도한 교육비 부담, 소모적인 입시경쟁 등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해 왔다. 지난 세기까지는 교육에 대한 보상 체계가 그럭저럭 작동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감출 수가 있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사태 이후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직장을 구할 수 없는 등 보상체계가 급격하게 붕괴하고,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으로 교육 불평등과 교육시장화가 더욱 극성을 부리면서 교육 모순은 폭발 직전에까지 이르고 있다. 교육 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고 아이들을 끊임없이 경쟁으로 내모는 주입식 교육과 서열 중심의 평가를 지양하고 아이들의 전면적 발달과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수업과 평가는 정말로 불가능한가?(수업혁명)
학급당 학생수를 OECD 평균 수준인 20명으로 감축하여 누구도 소외 없는 교실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가?(교실혁명)
교장이나 이사장이 주인인 학교가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가 주인인 학교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가?(학교혁명)
국가가 대학을 고르게 지원하고 대학 간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여 대학 서열을 완화함으로써 소모적인 입시경쟁을 폐지하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제도혁명)

교육혁명은 결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상식에 기초한 상상력과 아이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염려하는 기본적인 배려만 있으면 족하다. 하지만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문제를 은폐하고 문제해결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사이비 개혁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상식에 기초하되 전체적인 시야를 유지해야 하며, 발걸음은 더디더라도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분명한 목표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2012년 역동적인 정세 속에서 교육혁명의 돌이킬 수 없는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하며, 그것은 교육혁명이라는 상식을 대중의 상식으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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