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8일 수요일

‘교육 대혁명’,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

송원재(교사. 전교조 조합원. 서울 고척고등학교 근무)


지금 우리나라 공교육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중등교육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준비단계로, 대학교육은 다시 취업을 위한 준비단계로 변질됐다. 교육이념이나 아동의 전인적 발달 따위는 한 낱 포장일 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교육의 성공과 실패는 상급학교 진학실적으로만 평가되고, 아동의 잠재적 가능성은 오로지 성적으로만 평가된다.

신자유주의적 경쟁체제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고, 장기간의 치열한 경쟁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성적의 양극화를 낳고 있다. 소수 명문대를 중심으로 하는 배타적 학벌주의는 상위 1%에게 자원 배분과 성공의 기회를 몰아줌으로써, 교육은 사회 구성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기는커녕 거꾸로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우리의 교육은 승자도 패자도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고통의 게임’이 되어 버렸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교육은 이기적인 사적 욕망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학교 내 폭력도 사실은 끝없는 경쟁과 학습에 지친 일부 학생들의 일탈행위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크다.


어찌할 것인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터널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입시 제도개편, 초중고 교육과정 개정, 특목고와 자사고 등등… 그러나 문제는 갈수록 더 꼬이고, 지금은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마저 놓쳐버린 느낌이다. 실마리를 찾아도 이미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실 뭉치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과정에서 교육문제 하나하나가 이미 계급적 이해관계와 긴밀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그것을 따로 떼어내는 것은 기득권층의 자발적 협조와 양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꼬일 대로 꼬인 매듭은 일일이 풀기보다 예리한 칼로 단번에 잘라내는 게 차라리 낫다. 총체적 난국에 빠져버린 교육문제를 쾌도난마로 잘라낼 신검은 없을까? 지난 번 무상급식 파동 때처럼,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만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권력 재편기에, 절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결집해서 ‘교육 대혁명’의 칼을 한 번 갈아보자.

공립대부터 학벌과 서열의 울타리를 부수고 공동 학위제를 도입하여 대학을 평준화할 수 있다면,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그 날로 입시로부터 해방된다. 학생들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암기공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학부모는 살인적인 사교육비로부터 놓여나게 된다. 교사들은 정말 교육다운 교육을 위해 머리 맞대고 지혜와 경험을 나누게 될 것이다. 취지에 공감하는 사립대학에게도 정부 보조금을 주어 공적 감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면, 대학 등록금도 내리고 사학비리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보수정당들도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등록금 인하’니 ‘정부 보조형 사립대학’이니 ‘교육복지 확대’니 하는 공약들을 앞 다투어 내놓을 태세다. 하지만 표를 의식해서 급조한 사탕발림에는 넘어가면 안 된다. 어디 한 두 번 속았는가? 이왕 하려면 본때 있게 제대로 바꿔야 한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들이 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도 없다. ‘교육 대혁명’은 절대로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우리,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